<엑시트> 이상근 감독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만나다, "평범한 소시민 캐릭터가 우리에게는 더 통한다"


 

 

제작비 3천만원, 2개관 상영이 시작이었다. 전문 제작사가 아닌 극단 겸 영화학교의 워크숍 작품으로 만들어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다른 독립영화들처럼 ‘적당히’ 상영하고 사라지리라는 예상을 일거에 뒤엎었다. ‘이 영화만 200번 봤다’는 팬덤 ‘감염자’가 양산됐고, 전국 상영으로 확대 상영돼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급기야 ‘제2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찾아라’ 열풍으로 이어졌다. 침체된 일본영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기적의 작품’. 국내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에게 ‘출구 없는 재미’로 935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신흥 강자가 된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엑시트>는 재난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기존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은 올해 가장 신선한 작품이자 이상근이라는 신인감독을 발견하게 해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두 감독 모두 뻔한 공식을 타파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도전적인 시도로 평단의 지지와 흥행 성공이라는 기록적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소시민의 활약이 주가 된다는 점에서도 같은 세계관을 나눠 가진다. 너무 웃어 눈물이 찔끔 나다 급기야 진짜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게 되는 영화의 감정의 추이까지 닮아 있다. “100년 후에 봐도 재밌는 영화”를 추구한다는 우에다 감독과 “관객을 극장에 앉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이라는 이상근 감독. 영화를 향한 닮은 목표를 바탕으로, 두 감독은 연출자로서의 스타일, 자양분이 된 작품, 영화의 성공에 대한 소회 등을 가감 없이 나누었다.

=우에다 신이치로_<엑시트>를 보고 이렇게 높은 건물(이날 인터뷰는 26층에서 진행됐다.-편집자)에 있으니, 내가 영화 속에 있는 것 같다. (웃음)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니 너무 떨린다.

=이상근_영화에 대한 당신의 소감이 어떨지 생각하니 나도 떨리더라. 일본에서 개봉하면 어떨지도 궁금하다.

우에다 신이치로_걱정마라. 내가 광고를 하고 다닐 거다. (웃음) 드론 장면 나올 때는 정말 소름 끼쳤다. 픽사 영화를 보면 전세계에서 정서가 통하지 않나. <엑시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으로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통용되는 힘을 가진 영화다.

이상근_극찬, 감사하다. 나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본 후 이 영화 꼭 봐야 한다고 주변에 엄청나게 광고하고 다녔다. (웃음) <엑시트> 촬영하느라 개봉 때 못 보고 뒤늦게 봤는데, 다들 37분만 참으라고 충고하더라. (웃음) 그런데도 37분 동안 어, 뭐지 의심하다가, 갑자기 그 이후부터는 어! 하고, 끝에는 감정이 폭발했다. 전반부에 당한 것 같은 기분이, 후반부 들어 딱딱 맞춰지는 쾌감이 들었다. 특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영화, 초심을 찾게 해주는 영화다.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촬영감독이 넘어지니 옆에서 스탭이 물 가져다주고, 그걸 먹고 다시 뛰는 비하인드 컷을 보는데 닭살이 돋았다. 현장에서의 열정이 보이더라.

우에다 신이치로_확실히 영화 만드는 분들은 그 장면을 꼭 언급해주시더라. (웃음)

이상근_단편영화를 만들며 겪었던 일들도 생각나고, 영화에서 겪는 고충이 뭔지 너무 잘 알겠더라. 그런데 문제의 그 원컷 부분은 몇 테이크, 며칠 촬영한 건가.

우에다 신이치로_하루 반 촬영했고, 여섯 테이크를 갔다. 좀비 메이크업 시간을 못 맞춰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정지버튼을 눌렀고, 카메라 감독이 넘어지면서 탭버튼을 눌러서 다시 하기도 했다. 다섯 번째 테이크는 완벽하게 갔는데, 이게 너무 순조롭게 가다보니 오히려 심심하더라. 그래서 결국 여섯 번째 테이크를 찍었다. 렌즈에 피가 튀는 장면은 미리 계산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때 그 장면들!

-기존 장르영화가 보여주는 완벽성보다는 일부러 아귀를 맞추지 않는 ‘의도된 어설픔의 미학’ 같은 것이 보인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초반 37분을 ‘클리셰 범벅의 어설픈 좀비영화’처럼 보여야 했다면, <엑시트>는 시작부터 재난장르의 매끈한 공식을 거스르고 시작한다. 용남(조정석)의 철봉 장면 같은 ‘평범한’, ‘시시한’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이상근_우에다 감독은 철저하게 계산해서 했고, 나는 잘 만들고 싶은데 뭔가 안 된 것이 있고 그 차이인 것 같다. (웃음) 일반적인 재난영화에 나오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캐릭터를 보여주려다 보니 첫 장면의 철봉 장면이 필요했다. ‘우리 영화는 기존에 보던 그런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에요’라는 일종의 공식 발표이자 선언 같은 거였다.

우에다 신이치로_중고등학생 때 <단테스 피크>(1997), <딥 임팩트>(1998)같은 할리우드 재난영화들을 많이 봤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 사람들이 죽거나 혹은 심각한 분위기로 막을 내리는데 <엑시트>는 밝은 톤을 유지하는 걸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또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이다. 가령 재난영화를 보면 처음에 5명이 등장해서 계속 죽고 나중에는 한명만 살아남는데 <엑시트>는 둘이 나와서 같이 고난을 헤쳐나가는 구조라 보는 내내 기분이 처지지가 않더라. 둘이 눈물을 질질 짜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 톰 크루즈는 절대 안 그런다. (웃음) 용남은 주변에 있을 법한, 남들이 보면 한심할 법한 그런 인물, 슈퍼히어로가 아닌 우리 옆의 평범한 시민이다. 그래서 나중에 그가 달릴 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이상근_별것 아닌 필살기를 가지고 있던 인물이 재난상황에서 뜻밖에 그 능력을 활용해 위기를 돌파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감독 히구라시도 딸에게 무시당하는 가장이자 현장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던 감독이지만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돌변해서 그 상황을 해결하고 한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그게 그가 가진 필살기다. 소심하고 착한 성격이지만 강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면에서 <엑시트>의 캐릭터와 일맥상통하는 인물이지 싶다.

-<엑시트>의 클라이밍과 구조신호 ‘따따따따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퐁!’은 위기의 순간, 필살기로 활용된다. 얼마 전 뉴스에서 세 아이를 둔 평범한 주부가 길거리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행인을 심폐소생술로 살렸다는 뉴스를 봤다. 긴급상황에서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심폐소생술을 배웠다고 하더라. 평범한 사람들이 연마한 기술력이 언젠간 빛을 본다.

우에다 신이치로_할리우드영화의 톰 크루즈, 아놀드 슈워제네거 같은 멋진 캐릭터는 일본영화에서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 제작비도 적고 비슷하게 해보려 해도 쉽지 않다. 그런 캐릭터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주니 좀 다른 캐릭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웃음) 평범한 소시민 캐릭터가 우리에게는 그래서 더 통하는 것 같다.

-소시민이 가진 파워라는 점에서, 두 영화 모두 남성과 동등한 여성 캐릭터들이 활약하고 설 자리가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하루미(슈하마 하루미), 마오(마오)나 <엑시트>의 의주(윤아) 모두 진취적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캐릭터다.


우에다 신이치로_단편 만들 때부터 항상 한심한 남자, 강한 여자 캐릭터 구도를 쓰게 된다. 집에서도 아내가 더 우위라 그런지. (웃음)

이상근_재난영화를 보면 항상 여성이 남성을 서포트해주는 역할로 등장하는데, 내가 만드는 영화에서 그런 여성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가령 남성 의사, 그를 서포트하는 여성 간호사 같은 포지션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젠더 감수성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버디무비, 콤비플레이로 가려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만든 평범한 인물들이 고군분투해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 것 같다. 우에다 감독님 말처럼 할리우드영화처럼 물량으로 깨부수는 건 확실히 한계가 있다.

우에다 신이치로_그런 면에서 용남과 의주가 몸을 이용해서 화살표를 만드는 장면이 크게 와닿았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인간 피라미드 장면이 생각나고 짠하더라.

이상근_지미집이 부러져서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쌓아서 대신 촬영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닭살이 돋았다. 현장에서 나도 겪었던 어려운 일들도 생각나고. 배우들 표정이 정말 절절해서 더 실감났다. (웃음)

우에다 신이치로_그 장면은 정말 찍기 힘들었다. 제작비가 넉넉했으면 와이어를 사용해서 밸런스를 맞췄을 텐데 그럴 여건이 안 됐다. 촬영 당일까지 리허설 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15초가, 배우들이 실제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최대치였다.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단순히 제작 여건 때문에 타협했다기보다는 두 작품 모두 직접적인 배우의 몸동작을 이용한 액션을 활용하는, 아날로그적인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

우에다 신이치로_맞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인 그런 힘은 퇴색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시대가 변했고, 이제 영화도 넷플릭스로 보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에 가서 암전이 되고 영화에 빠져드는 그 재미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이상근_나 역시 순수한 인간의 힘에 대한 믿음이 있다. 피라미드를 쌓으려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의지와 <엑시트>에서 화살표를 만드는 의지는 확실히 일맥상통한다. 영화의 규모를 떠나서 그런 장면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화려한 CG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연기자의 행위를 통해 감정을 전달받는 것에 대한 순수함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톰 크루즈가 자꾸 맨몸 액션에 도전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엑시트>는 CG도 많이 사용했지만 스피릿은 그런 아날로그적인 것에 가닿아 있다.

-연출자가 추구하는 방향성, 영화의 취향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두 감독의 영화 취향이 겹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얼마 전 일본에 신작 프로모션차 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대담하는 걸 봤다. <펄프 픽션>(1994)을 정말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는데.

우에다 신이치로_타란티노 감독과의 인터뷰는 살아오면서 가장 긴장한 경험이었다. (웃음) 만나기 전날 밤 너무 떨려 방 안을 계속 걸어다녔다. 오랜만에 셔츠도 다림질했다. 다행히 오늘은 구김이 안 가는, 링클프리 셔츠라. (웃음) 초등학생 때 <인디펜던스 데이>(1996), <타이타닉>(1997), <아마겟돈>(1998)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보면서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타란티노를 비롯해 폴 토머스 앤더슨웨스 앤더슨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했다. 일본 작가 중에는 미타니 고키 감독을 좋아해서는 미타니 감독이 빌리 와일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보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일본 고전영화보다 할리우드영화를 더 많이 봤다. 특히 마틴 스코시즈 감독을 좋아해서 한때는 영화를 만들지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마피아가 될지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 (웃음)

이상근_난 어릴 땐 <백 투 더 퓨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면서 영화적 재미를 알아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주는 그런 감흥을 느끼고, 톰 행크스 연대기를 같이 나누었던 세대다. 그렇게 할리우드영화에서 영화적 재미를 찾았던 세대다. 어떤 영화를 특별히 좋아한다기보다는 재밌는 영화를 편식하지 않고 흡수해왔다. 일본영화는 1998년 일본 문화가 개방하면서 보기 시작했다. 특히 야구치 시노부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영화들과 코드가 잘 맞는다.

우에다 신이치로_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저메키스제임스 카메론 이런 감독들은 대중영화의 신들이다. 한국영화도 꼽아보면 <살인의 추억>(2003), <올드보이>(2003), <추격자>(2008), 최근 작품으로 <부산행>(2016)도 좋아한다. <엽기적인 그녀>(2001)도 좋아하고, 이창동 감독님 작품도 좋아한다.

-언급한 작품 상당수가 엔터테인먼트적인 가치가 높은 대중영화다. 두분의 작품도 그런 방향성이 읽히는데, 감동이나 의미를 주기에 앞서 일단은, 무엇보다, ‘재밌다’.

우에다 신이치로_할리우드 오락영화를 좋아하고 보고 자라다보니 ‘엔테테인먼트적인 걸 해야지’ 하는 의식을 하지 않아도 그런 것들이 몸에 배어 있다. 연출 시작할 때는 멋진 영화, 폼 잡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는데 성향이 그러지 않다보니 잘 안 됐다. 나에겐 무리였다. (웃음) 영화뿐 아니라 연극도 만들고, 책을 내기도 했는데 모두 즐거움을 주자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웃음보다는 눈물, 감동적인 콘텐츠들이 강하고 많이 만들어지는 편인데, 나 역시 재밌고 유쾌한 오락물들로 내 개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상근_누구라도 일부러 재미없는 걸 쓰려고 하지는 않는다. 재밌는 걸 쓰려고 하다가 재미없어질 뿐이다. 그렇지 않으려 노력하는 거고, <엑시트>도 이런 목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심오한 담론을 설파하기보다 재미를 바탕으로 그 안에 메타포를 넣으려 했다. 아직 엄청난 의미를 더하기엔 내 깜냥이 부족하기도 하고. 일단은 관객을 극장에 앉혀야 한다. 그래야보게 할 수 있고 의미도 전달할 수 있다. 어쨌든 시장에서 살아남는게 목표였다.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엑시트>는 천만 가까운 흥행을 하며 올여름 텐트폴 시장의 강자이자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도 흥행 기록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침체된 일본 독립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두 작품이 가진 흥행사의 공통점이 있다.

이상근_처음 이 영화를 한다고 할 때 유독 가스 재난이 도대체 뭐냐부터 이 예산으로 그걸 표현할 수 있냐는 우려가 컸다. 또 신인감독이 고예산의 재난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을 많이 샀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 텐트폴 시장에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 중 최약체로 평가된 작품이, 뚜껑을 열었을 때 반전이 일어난 거다. 그러고보면 우리 영화 자체가 용남이 같은 영화다. 기대하지 않은 누군가가 한방을 친 거다. 그래서 ‘영까알’, ‘영화는 까봐야 안다’는 말도 듣고. (웃음)

우에다 신이치로_<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도 난항이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ENBU 세미나’ 워크숍 작품으로, 일종의 연기 레슨하는 집단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사실 그전에 여기 말고 다른 프로덕션을 찾아다녔는데, 메타 영화는 먹히지 않는다. 좀비영화도 안 된다. 이런 걸로는 관객 호응을 못 얻으니 당장 가지고 나가라 문전박대도 당했다. 그 의견을 무시하고 결국 만든 거다. 처음 상영관 2개에서 시작해서 350개관으로 늘어났는데, 처음 영화를 만드는 시점에서 350개관이 걸린다고 했다면 위축돼서 못 만들었을 것 같다. 무지하고 무명이고 무모해서, 이 세 가지 조건이 합쳐져 스스로 마음은 천하무적이 된 것 같다. 그야말로 나는 일본영화계가 주목하지 않는 감독이니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걸 하자. 37분 원컷, 인간 피라미드 이런 거 다 어려운 줄 몰랐으니 했지 싶다. (웃음)

이상근_나도 텐트폴 시장 진입이 어려운 걸 모르고, 그냥 만들면 여름 시장에 개봉하는 건 줄 알았다. (웃음) 주변에서 그러더라. 로또라고. 나중에 개봉 프로모션 할 때 되니 실감이 되더라. 여름 전쟁에 끼어들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우에다 신이치로_<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도 여름 휴가 시즌에 퍼져나갔다. 입소문이 나면서 3천만원 제작비로 무명 배우와 찍은 영화가 성공했다며 뉴스에도 많이 나왔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 개봉 때라 ‘<스타워즈>의 1초 분량에도 해당되지 않은 제작비로 만든 작품’이라는 수식이 엄청 붙었다. 처음에는 상영관이 2개밖에 없어서 소문이 나고서는 어느 타이밍에 가도 표를 못 구하는 영화가 되고 장사진을 이뤘다. 그렇게 왔다가 못 본 사람들이 우리 영화 말고 다른 영화까지 보게 됐고, 한국의 CGV 같은 체인인 도호시네마에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 상영관을 비워서 우리 영화를 걸어주면서 상영관이 점점 늘어났다.

이상근_고생담을 들으니 영화가 더 와닿는다. 특히 이 영화가 여러 압박 때문에 고전하는 감독 역할이 주인공이다보니 히구라시 캐릭터를 보면서 우에다 감독의 캐릭터, 경험을 상당 부분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우에다 신이치로_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영화에서처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프로듀서나 제멋대로인 배우들도 많이 봤다.

 

-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는, 이상근 감독도 인터뷰에서 여러 번 토로했었다.


이상근_그래서 나는 불쌍하게 보여서 도움을 받는다. 저 감독 불쌍하니 한 테이크 더 가줘야지, 하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전략이다. (웃음)

우에다 신이치로_나도 비슷하다. 히구라시가 연기하는 장면에서 배우에게 소리 지르는 장면은 내가 그렇게 해보고 싶은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옛날에 만났던 제멋대로였던 배우에게 복수하는 기분으로. (웃음)

이상근_그러고보면 감독들은 항상 영화에 자신의 욕망을 대변하는 장면을 넣는다. 누군지 말 안 하겠지만, 이걸 보고 좀 알아라 이런 말을 하는거지. (웃음) 난 용남이가 점프하는 장면을 만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영화를 발표할 때, 내가 오랜 세월 영화도 못 만들고 뭐 하나 했던 사람들, 무시까지는 아니지만 좀 한심하다 생각한 사람들에게, 그 점프 장면으로, 사실 나 이런 걸 하려고 했었어 하고 보여주려는 욕망이 있었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더니, 이상근이 저런 걸 하고 있었어? 하는 반응들.

우에다 신이치로_로프가 걸려서 못 나가는 장면도 비슷하지 않나. 그걸 자르면서, 지금까지 나와는 작별을 고하겠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 하는 선언 같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흥행이나 호평을 차치하고서라도 일단은 이 영화를 완성하는 것 자체가 감정을 해소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우에다 신이치로_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단편을 몇편 만들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었다기보다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사람의 요구를 반영한 작품을 한다거나, 이렇게 만들면 영화제에서 상 받지 않을까 하는 욕심으로 해왔던 것 같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내가 만들고 싶은 걸 처음 만든거다. PD나 배우에게 복수하자가 아니라 일종의 승화, 성불 의식 같은 것이었다. (웃음)

이상근_<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보면서 이런 작품으로 데뷔한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정말 보석 같은 영화다. 솔직히 메타 영화는 확실히 금기시되는 게 있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야 자기들 이야기니 재밌지만 관객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이 영화를 추천하고다닌 것도, 영화에 대한 영화, 메타 영화를 다들 많이 하려고 하는데 하려면 이렇게 재밌게 해야 한다는 거였다.

고민은 하되 중심은 지키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워크숍 작품이라 감독, 배우에게 추가로 수익이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번에 집을 샀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진위

[출처]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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